2023. 3. 5. 02:17ㆍIn NL (21.10-)/일상
설마설마 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던 이탈리아 출장 일정이 잡혔다.
9월 말, 이탈리아 Lecce에 있는 연구소에서 interlectual exchange, 지식 공유라고 해야하나... 두 연구소가 어떤 연구를 하는지 공유하고, 그 곳 연구소 랩투어도 하고 그런... 이게 어째 된 일이냐면, 우리 연구소장이 이탈리아사람이라 Lecce에 커넥션이 있다.
신기했던건 내가 석사 논문쓰려고 우리 연구소장한테 연락했었을 때 나를 lecce로 보내려 했었음ㅋㅋㅋ 근데 또 내가 lecce에 갔었더라도 내가 würzburg에서 했던 연구랑 비슷한 결의 연구를 했었을 것이다. Glioblastoma behavior를 컨트롤하기 위한 biofabrication... 이런 것 보면 이 세상엔 인연이란게 있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만의 인연이 아닌 사물과 사람, 상황과 사람 뭐 그런 카테고리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여튼 우리 연구소장 (=우리 부장) 덕분에 우리 부서 전체가 Lecce에 초대되어서 다 함께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Bari로, 거기서는 또 자동차로 Lecce로 이동했다. 이틀에 걸친 두 연구소의 만남이 끝나고, 현지 식당에서 다 같이 식사도 했다. 뒤에는 술 한잔도 했는데 나는 또 술 못마시고 하니까 걍 처벅처벅 걸어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숙소로 돌아옴 ㅋㅋ ㅠ
이후에는 Monopoli로 이동해서 우리만의 시간을 가졌는데 진짜 아무것도 없는 in the middle of nowhere 여가지고 차로만 이동가능함ㅋㅋㅋㅋ 그래도 주변에 볼 만한 도시들도 있고, 해변도 있어서 나름 알차게 지냈다.
수요일에 이탈리에 도착해 목/금은 연구소 방문, 금/토/일은 retreat, 월요일에 컴백했으니 거즌 일주일동안이나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나는 우리 부서 사람들과 돈독하지 않다 (게 중 친한 동료들도 있지만). 나와 비슷한 시기에 박사를 시작한 사람들은 모두 IBE라는 부서에 있어 그 쪽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우리 부서 사람들과는 정작 약간.... 친하게 인사하고 지내는데 내적으로는 내외하는 그런... 사이임. 그래서 이번 출장을 일주일이나 어케 같이 보내나 걱정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근데 약간 될대로 되라 (?) 자세였더니 나름 유들유들하게 잘 지낸 것 같다. 오히려 이야기도 더 많이하고 알게 된 동료들도 있어 생각보다 좋았다. 참의미의 retreat를 가져버림ㅋㅋ
아 그리고 너무 웃겼던 건 우리가 Monopoli에서 묶었던 숙소는 Marina resort 라는 곳인데, 그 곳 건물이 모둨ㅋㅋㅋㅋ 하켄 크로이츠 모양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바로 옆에 hitler viertel이라는 곳이 있음.... 이거이거 누가봐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다가 수영장 모양이 dick shape이라 우리 모두 약간 어안이 벙벙해했음 (물론 우리가 예약했지만 모르고 했다구욬ㅋㅋㅋㅋㅋㅋ)
뭐 여튼 10/3 월요일에 다시 Maastricht로 돌아왔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의 바로 장염에 걸렸다.
나만 걸렸다 우리 부서 사람들 전체 중에. 그래서 약간 공항에서 먹은 걸 의심하고 있다.
공항에서 나만 까눌레 같은 걸 먹었는데 아마... 그게... 뭐가 잘못된게 아니었을지....
설사를 3주동안 하고, 음식도 제대로 못먹고 하다보니 5kg 정도가 빠졌다. 자전거타고 출퇴근 하는 길이 15분정도인데 그걸 못견딜 정도로 심한 장염에 걸렸고, GP도 Kruidvat에서 loperamide 사먹고 슈퍼에서 이온음료 사먹으라며 무 ㅓ 해주는게 없다가 장염이 너무 심하게 지속되니 대변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검사 결과는 slimy 한데, 피나 뭐 다른 심각한 건 발견된 것이 없다고 했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사를 볼 때 이미 slimy 하다고 이야기했고, 복통과 설사가 너무 심해서 병원에 간 건데, 아 대변검사해보니까 점액질 대변이네 확인한게 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씨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놈의 병원... 난 그리고 내가 아파서 검사를 받은 거니까 당연히 보험으로 커버되는 줄 알았다. 보험비도 한달에 140유로를 내고 있으니. 근데 약 세달 후에 보험회사에서 대변 검사 비용으로 219.45유로가 청구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메일을 받을 즈음 나는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고, 설사가 간헐적으로 계속되어서 한국에서 대장내시경을 받았다. 대장 내시경 검사 결과 대장이 아직도 핑키핑키 한게, 아주 심한 염증의 후유증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받았다. 그래서 조그만 자극에도 설사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지만, 채소 많이 먹고 잘 자고 하면 곧 괜찮아 질 거라고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대한민국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덕분에 단 2만원으로 해결되었다. 약 17유로.
이런 일들이 조금씩 쌓이다보니 나는 이 곳 생활에 싫증을 내게 된다. 일적으로도 다른 전반적 생활으로도 정말 행복하다가도 이런 일들을 마주하다보면 약간 마음에 벽이 2m씩 쌓이게 된다 말여. 그래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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