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26 재외국민 대통령 선거

2022. 3. 6. 06:35In NL (21.10-)/일상

 

 

 

성인이 되면서부터 결심한 것이, 어찌됐든 투표는 하자는 것이었다. 나의 한 표가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투표는 해야한다고 생각을 했다. 네덜란드로 나와서도 변한 건 없었다. 그래서 일치감치 국외부재자 접수를 하고, 재외투표날을 기다렸다.

마스트리흐트에서 대사관이 있는 헤이그 (Den Haag, 더치로는 덴 하흐라고 소리낸다.)까지는 약 2시간 반, 왕복으로는 50유로 가까이 나오는데, 7명 그룹티켓으로는 인당 왕복 12.6유로가 든다. 그래서 금요일마다 모여 저녁을 먹던 나와 ㅇㄱ씨, ㅅㅎ씨 이렇게 머리를 모아 우리 포함 마스에 있는 사람 7명을 모아 함께 헤이그로 가자고 마음먹었다. 생각보다 인원은 쉽게 모였고, 우리는 2월 26일 토요일 선거를 하기 위해 헤이그로 원정을 떠나는, 그야 말로 '선거원정대'를 꾸렸다.

우리 7명은 6명의 학생과 1명의 직장인(나)으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에 평일은 아에 제외하고 토요일로 날짜를 정했는데, 다행히도 대사관에서 토,일 포함해 투표를 진행한 덕분이었다. 

 

 

일찍가서 투표를 하고 저녁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여정으로 말을 맞췄기 때문에 집에서도 일치감치 나서야 했다. 8시 1분 기차였던가, 그래서 집에서 나온 건 7시 15분... 버스를 타야했고, 때마침 이 때가 카니발 시작이라서 버스 스케줄에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아침 7시의 Koningin Emmaplein은 아주 평온하고 고요했다. 퇴근하는 6시 경에는 지옥이 따로 없는데 ㅋㅋ

 

 

마스트리흐트 > 아인트호벤 > 헤이그까지 기차로는 약 2시간 반. 그리고 한 번의 갈아탐이 있었다. 원래 헤이그 센트럴에서 내릴 계획이었는데, 한 전거장 전엔 Den Haag HS에서 내리는 것이 대사관으로 가는 데 더 용이하다는 걸 내리기 직전에 알아내고서 우린 HS에서 우수수 내렸다. 여기서 1번 트램을 타고 쭉 가다보면 대사관이 나온다. 아마 4년 뒤에 여권 갱신하러 다시 와야할 거 같은데 좋은,, 꿀팁 알아냈다. 

 

 

트램에서 내려서 약 5분정도 걸으면 대사관이 나온다. 태극기와 한글을 보니 아무것도 아닌데도 가슴이 뻐렁친다. 나는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투표보다 화장실을 먼저 다녀왔다. 우트렉 다녀오면서 탄 기차에서 화장실.... 쇼크.... 잊지못해 그 똥쳐발쳐발........ 여튼 가볍고 상쾌한 마음으로 투표를 하고, 혹시나 번질까 혹시나 엇나갈까 조심스레 도장을 찍고 봉투에 넣은 후 밖으로 나왔다.

우리가 투표를 하러 간 26일 하루 직전이었던 25일, 네덜란드의 모든 마스크 규제가 풀렸다. 물론 대중교통 이용시에는 마스크 써야함. 대사관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입장하였는데, 일회용 장갑은 안써도 됐기 때문에 코로나 이전처럼 손도장도 찍고 인증샷도 남겨봤다. 

짧게 말씀 나눈 영사관님께서 말하시길, 인원이 6명이상이면 그 도시에 투표를 위해 차를 제공한다고.......... 마스트리흐트에 이렇게 한국인이 많은지 모르셨다고 하셨다............. ㅠ 전....... 앞으로 4년은 짱박혀 있을테니 +1 항상 해두시고요 ㅠㅠ 그리고 헤이그가 읍내 수준이라고..... 하셨는데 마스 시골쥐는 헤이그 돌아다니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답ㄴ디ㅏ,,,

 

 

투표 후에는 번지점프를 예약한 ㅇㄱ씨를 위해 셋이서 Scheveningen로 이동했다. 날씨가 따뜻하고 햇살이 강해서 그런지 헤이그 사는 사람 반은 이 바닷가에 마실 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과장) 우리처럼 투표를 하고 바닷가로 넘어오신 한국인 분들도 꽤 계시는지 여기저기서 한국말도 들려서 신기했다 ㅋㅋㅋㅋ  ㅅㅎ씨는 델프트에 있는 친구를 잠시 만나러 가고,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ㅇㄱ씨는 번지점프에 성공했다. 나는 구경하면서 비디오 찍고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같이 응원하고 박수치고 해서 신기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네덜란드 사람들은 독일인보다 따뜻한 구석이 있다.

 

 

번지점프에 성공한 ㅇㄱ씨와 나는 바닷가에서 점심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어린아이마냥 해변가를 걸으면서 조개껍데기도 주웠다. 해가 떠서 다행이었다. 비오는 날 추적추적 비맞으면서 여기 걸었을 생각하니까,,,, 

 

 

이 날이.... 우크라이나-푸틴 전쟁이 시작된 주의 첫 추말이라 그런가 길거리에서 반전 행진이 있었는데, 나도 여기 살면 따라가고 싶었지 뭐야.. 푸발놈 푸친놈...... 길거리 행진을 뒤로 하고 우린 TK MAXX에서 쇼핑을 한 후 (티셔츠 4개 건졌으나, 2개는 너무 커서 못입음) 헤이그에서 가장 유명한 중식당 중 한 곳을 갔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꿔바로우..... 최고...!

그리곤 우린 저녁 7시 55분에 출발한 우트렉 행 기차를 타고 헤이그를 떠났다. 우트렉>마스로 갈아탄 기차에서는, 카니발이라 그런지 남쪽으로 갈수록 미친복장과 더 미친 맥주로 무장한 정신상태....의 사람들을 만나피곤에 절절절어졌던 우리 7명은 자리를 한 번 피하기까지 했다. 네덜란드 사람들,,, 아주 점잖고 차갑고 그런줄 알았더니 일년에 한 번 정신을 헤까닥해서 평소에 좀 차가워지는거 같다. 나도 4년을 여기서 살며 ㄴ그렇게 되려나 ㅎ........ 그렇게 집에 와서는 이닦고 세수하고 발씻고 바로 잠듦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상관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가 되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투표를 했다. 그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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