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27 추석, 8번의 주절주절

2015. 9. 28. 06:21In DE Part.1 (15.09-16.08)/일상




1.

이 곳에서의 휴일이 매번 그러하듯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침대에 늘어져 있다가 문득 나는 김치도 있고 소금도 있고 고춧가루도 있다! 계란도 있고 소시지도 있다! 싶어서 김치볶음밥을 해먹었다. 그리고선 깨달았다. 오늘이 추석이구나아아아아아!


2.

고등학교 때 까지의 추석에 대한 기억은 학원과 시험준비에 바빠서 매번마다 아빠와 함께 추석 전날 저녁에 버스를 타고 대구를 갔던 것밖에 없다. 중3때는 과고준비하랴, 고3때는 수능준비하랴 대구에 가지도 못했지만...ㅎ..... 안간다고 뭐가 달라지지도 않았을 거다(오열)




3.

대학교에 와서는 언니, 엄마와 함께 대구에 일찍 갔지만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가서도 TV를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는 것이 다 였다. 그러고 보면 명절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도대체를 모르고 살아왔던 것 같다. 할머니, 삼촌을 오랜만에 보고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좋았지만 명절이 아니여도 종종 그래왔었으니까. 그래서 오늘 특선영화, 명절특집프로가 다 였던 나의 명절들을 반성했다. 


4.

어쨋든 나는 지금 독일까지 와 있다. 이 곳은 추석과 거리가 상당히 먼 곳이므로 잔잔한 하루가 흘렀다. 밀린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무도를 봤다. 추석특집 히든싱어를 보다가 밖에 나가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했다. 햇살은 눈이 바실반큼 환하게 내려왔고 가만히 노래를 들으면서 보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5.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끊이지 않고 영상통화를 했다. 페이스톡 부들부들 여기서는 화면이 멈춰서 영상통화가 아니라 그냥 사진을 보고 하는 보이스톡과 다를바가 없다. 어쨌거나 스카이프로 영상통화를 하는데 언니의 머리는 더 짧아졌고 동생은 못본 지 얼마 됐다고 그 사이에 얼굴 선이 굵어져 있었다.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아빠도 엄마도 보고싶은 얼굴 그대로 였다! 이렇게나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명절이라고 얼굴보면서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세상 좋아졌다!!!!


6. 

암스테르담에서 돌아온 에스더 언니와 베라, 내가 헬렌의 주방으로 가서 계란 간장 볶음밥을 해 먹었다. 나는 항상 간장+참기름+익힌 노른자의 조합으로 먹었는데 참기름 가져가는 것을 깜빡해서 참기름 대신 안터뜨린 노른자와 간장을 밥에 비벼 먹었다. 존맛...b 역시 간장은 짱이시다. 이 글을 보고 있을 에스더 언니에게 과자 맛있게 잘 먹을겜*^^*


7.

방에 들어왔는데 문득 달이 생각났다. 오늘 보름달이니까 꼭 달을 보라시던 아빠의 말씀이 생각났던 것 같다. 무작정 창문을 열고는 달을 쳐다봤다. 구름 한 점 없이, 티끌하나 없이 맑은 밤하늘이었다. 두 눈을 감고서 설날 이후로 마음 속에 꾹꾹 담아두었던 소원들을 빌었다. 사실 내 소원은 의지를 갖고 행동하면 다 이루어질 그런 것들이 대다수였지만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것들은



하고 더욱 열심히 빌었던 것 같다. 가령, 사람의 마음이라든지 뭐 그런 것들. 도무지 닿을래야 닿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이 전해지게 해주세요.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사고나지 않게 해주세요.


8.

그리고서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고퀄의 카메라가 아니여서 하다 못해 미러리스도 아닌 하이엔드 카메라라서 저 밝디 밝은 달을 담아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랬어.......... 난 알막이를 과소평가 했었어.... 내가 널 더 공부했었어야 했는데 미안훼...주인을 잘못만나서 넌 이렇게 쉬고 있었구나...... 똑쟁이 알막이는 나의 허름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고퀄의 사진을 찍어줬다. 감자해...널 사랑해!!!!! (와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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