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09 회의

2016. 4. 10. 04:46In DE Part.1 (15.09-16.08)/일상





이유없는 우울함이 존재할 수 있는가? 

존재함이라면 그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인데 이유없는 우울함이라면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서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독일에서의 생활은 즐겁다.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여유가 있다. 쉬고, 먹고, 자고, 산책을 나가고, 여행을 한다. 근데 한국에서 생활이랑 너무 대조가 되서 그런지 아니만 곧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가서 그런지 요즘들어 섬짓-하고 마음이 불편할 정도로 급격하게 기분이 변한다. 오늘도 그랬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가 없는 것 같다.


독일로 온 후로 나는, 주말이면 주말이니까 즐거웠다. 좋아하는 노래를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해 놓고서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다음은 어디로 갈까 여행 계획도 짜고. 에스더 언니, 헬렌, 베라와 모여 조잘조잘 떠들기도 하고. 추우면 추운대로 따스하면 따스한 대로 산책을 나가곤 했다. 


근데 오늘은 정말이지 기분이 더러울 정도로 나빠서 어느 한 명 붙잡고 엉엉 울고싶을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슬픈 노래를 부르고 싶을 정도로, 알콜 고자인 내가 진탕 마셔서 아무 기억도 안나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안좋다. 아침부터 시작된 짜증스러움은 가시지를 않는다. 휘청휘청 아주 얇고 약한 평균대 위를 걷는 것 같다. 불안하고 분하다. 왜 내가 이 상태여야 하는거지 한껏 인상을 찌푸리고선 한 동안 눈을 감고 있는다.


깜깜하던 눈 앞에 지난 봄이 아른거린다. 생각해보니, 봄이라 살랑거리는 바람도 조금은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도 봄 내음도 여기는 없다. 내가 너무 사랑해서 안타까워 하던 그 봄을 나는 이 곳에서 만날 수 없다. 여기 날씨는 하루에도 세번씩 변하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 또 다시 한 번 짜증스럽다. 


그리고선 인정한다.

요즘 나는, 이유없는 우울함에 빠져든 것 같다. 


침대에 누워 가장 좋아하는 영화 love, behind를 본다. 셀레스티에게 감정이 이입된다.

이 영화가 나를 좀 달래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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